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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일기

흥미로운 에피소드, 블랙 미러 S6. EP 1. '존은 끔찍해'

by Bit일기 202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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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드라마에서 발견한 최근의 관심사, AI와 윤리

2024년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흥미진진한 정주행을 마친 뒤,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이 내 취향의 프로그램일 것이라며 '블랙 미러' 를 추천해주었다.

SF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 미러' 시리즈 ⓒ 넷플릭스, 블랙 미러 공식 트위터

몇 년 전에 정말 흥미롭게 봤던 드라마고,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은 동안 새로운 시즌이 나왔다는 것을 알고 정주행을 시작했다. 예전 시즌과 느낌이 사뭇 다르지만, 시즌 6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에피소드인 '존은 끔찍해(Joan is Awful)'가 최근 내 관심사와 맞물려 있어서 굉장히 흥미롭게 시청했다. 이 에피소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기술과 데이터 사용 동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 스토리에서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AI 윤리 문제다.

최근 나는 AI 윤리와 관련된 글을 블로그에 두어 번 작성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흥미로 시작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이러한 논의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AI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가져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화와 깊이 있는 고민은 이제 필수적이다. 이번 글에서도 지난 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본 드라마의 내용을 바탕으로 AI 발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윤리적 규제와 대처의 필요성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존은 끔찍해' : 딥페이크와 데이터 남용의 경고

'존은 끔찍해'는 존(Joan)이라는 평범한 직장인이 스트리밍 서비스 '스트림베리(Streamberry)'에서 자신의 일상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드라마는 존의 사생활을 무단으로 재현하며, 그녀의 일상을 세세히 폭로한다. 게다가 존 역을 맡은 셀마 헤이엑 (Salma Hayek)는 사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배우의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생성된 결과물이었다.

'블랙 미러' 시즌 6의 에피소드 1. '존은 끔직해' 의 포스터 ⓒ 넷플릭스
'존은 끔직해' 에피소드의 포스터 ⓒ 넷플릭스

존은 자신이 동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과거 스트림베리 서비스에 가입하며 무심코 지나친 복잡한 약관 속에는 그녀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드라마는 AI 기술과 데이터 수집 관행의 남용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며, 현대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강렬하게 보여준다.


데이터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

극 중에 등장하는 스트림베리 서비스는 사용자가 서비스에 가입할 때 이용약관에 동의하게 함으로써 존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드라마 속 약관에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방송 콘텐츠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현실에서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솔직히 말해, 나 역시 새로운 서비스를 가입할 때 약관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 어마어마한 양의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읽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데 말이다.

사용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넘어가는 약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장면은,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존의 데이터가 재가공되어 그녀의 직장, 관계, 그리고 사회적 이미지를 파괴한 것처럼,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다.

이러한 데이터 침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가 악의적으로 사용되거나 해킹당할 경우, 개인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데이터가 조작되어 허위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면, 이는 사회적 혼란과 신뢰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현실 사건과의 유사성

  1.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오픈AI, 구글, 메타 등 주요 AI 기업들이 인터넷에 공개된 데이터를 수집해 AI 모델 학습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공개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실제로 한국의 챗봇 '이루다'는 초기에 카카오톡 대화 데이터를 이용해서 학습했다가, 서비스 과정에서 사람들의 개인정보(주민등록 번호, 계좌번호, 주소 등)가 대화 과정에서 유출되어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에피소드에서 존의 사생활이 무단으로 공개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2. 이용자 데이터의 인적 검토
    AI 서비스 기업들이 이용자의 질문과 AI 모델의 답변 내용을 직접 열람·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셋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는 에피소드에서 존의 일상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3. 기업 약관 관련 사례
    많은 기업들이 이용약관을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서비스 개선 및 새로운 서비스 개발"과 같은 포괄적인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드라마 속 스트림베리 서비스의 사례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X(구 트위터)의 데이터 공유 설정 ⓒ X(구 트위터) 약관
X(구 트위터)의 데이터 공유 설정 ⓒ X(구 트위터) 약관

 


데이터 남용과 윤리적 책임

드라마 속에서 존의 역할 배우로 소개된 셀마 헤이엑은 그녀의 외형을 스트림베리가 이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상태다. 즉, 드라마 속 '존은 끔직해'에 나오는 존은 셀마가 직접 연기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이미지로 만들어낸 CG인 것이다. 조금 더 쉽게 와닿을 수 있는 표현으로는 딥페이크물이라고 보면 된다.

딥페이크 기술은 단순한 재미나 창작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지만, 악용될 경우 개인과 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특히, 허위 정보를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영상은 여론을 왜곡하거나 특정 인물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실제로 딥페이크 기술이 사용된 정치 캠페인 사례들은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하며,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 큰 혼란을 초래했다.

드라마 속 스트리밍 서비스 '스트림베리'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존은 끔찍해' ⓒ 넷플릭스
드라마 속 스트리밍 서비스 '스트림베리'에서 서비스 되고 있는 '존은 끔찍해' ⓒ 넷플릭스

스트림베리는 존의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윤리적으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사생활 유출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시뮬레이션 끝에 이용자들이 '혐오'로 가득 찬 콘텐츠에 열광한다는 이유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존을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로 각색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존은 자신이 하지 않은 행위로 인해 사람들에게 경멸과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이 드라마는 데이터가 단순한 약관 동의만으로 수집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책임을 외면하고, "약관에 동의했으니 괜찮다"는 태도를 고수한다면, 개인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데이터 남용은 AI 기술의 신뢰성까지 해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업과 정부는 데이터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할 것이지만, 이 과정에서 악용 사례가 늘어난다면 AI 기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과 도입을 지체시키거나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AI 기술이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윤리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실에서의 고민과 대책

드라마 속 상황을 보며, 나 자신도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 데이터 활용의 경계 설정
    기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까? 이를 감시하고 규제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데이터 활용의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하고, 사용자가 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해야 한다.

  2. 투명성 확보
    약관은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사용자가 데이터 활용 방식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복잡한 법률 용어 대신 간단한 언어로 약관을 작성하고, 중요한 내용을 눈에 띄게 표시해야 한다.

  3. 딥페이크 규제
    딥페이크 기술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기술적 대책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딥페이크 영상의 출처를 식별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나, 허위 정보의 유포를 강력히 규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

  4. 개인의 데이터 보호 의식 강화
    개인 사용자도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약관을 주의 깊게 읽고, 데이터 활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의심스러운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고도화된 기술을 활용할 때의 윤리적 중요성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6의 에피소드 '존은 끔찍해'는 AI 기술과 데이터 활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딥페이크 기술과 데이터 남용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정체성을 위협하며, 기업의 윤리적 책임과 AI 규제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기술 발전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면, 개인, 기업, 정부가 협력하여 데이터 보호와 AI의 윤리적 활용을 위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기술 변화의 속도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AI 기술을 사용하는 개인은 윤리적 인식을 갖추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올바르게 활용할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러한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적절한 규제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 모두가 존이 겪은 상황과 같은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AI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인 가능성을 믿는 동시에,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가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


참고자료(References)

  • Brooker, C. (Creator). (2023). Black Mirror [TV series]. Netflix.
  • Hwang, D. (Creator). (2024). Squid Game: Season 2 [TV series]. Netflix.
  • Netflix. (n.d.). Black Mirror [Official X (formerly Twitter) account]. X
  • Netflix. (2023). Black Mirror: Season 6 [Poster]. Netflix.
  • X. (n.d.). Terms of service. https://twitter.com/en/tos
  • 교보문고. (n.d.). 쵸비츠 [Chobits]. 소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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